새해, 1월 한달 동안, 매주 수요일 마다 취미반 꽃수업을 배우러 다녔다.
집이랑 직장이랑 많이 떨어진 곳에 있었어도
꽃집 이름이 좋아서, 그 이름 같이 따뜻함이 느껴지는 SNS 사진들이 좋아서 마음을 정했다.
업무로 몸도 마음도 지친날에도 가게에 들어서서 꽃들을 눈에 담는 순간에는 기운이 났다.
네 번의 수업을 받았을 뿐인데도, 예쁜 꽃들을 보고 직접 만져봤던 기억이 지금도 좋은 기운으로 남아있다.
취미반 수업에서는 네 가지 소품, <핸드타이드, 생화리스, 웨딩부케, 플라워바스켓>을 배우는데,
이 수업을 들을 때 필요한 것은 꽃을 잘 알지는 못해도 '꽃을 예뻐하는 마음'이면 되는 것 같다.
예쁜이들 만들어놓고 사진 찰칵찰칵 찍어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집에 두고서 눈길 닿을 때 마다 즐거웠다.
꽃은 꽃 그 자체로 사람에게 얼마나 기쁨을 주는지.
꽃을 곁에 두는 것,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 그리고 꽃을 선물받는 것.
즐겁고 기쁜 일.
아담한 가게의 반절은 꽃수업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있다.
널찍한 테이블에는 그 날 수업에 만들 꽃소품을 위한 재료가.
첫번째로 배운 <핸드 타이드>.
1월 한 달 동안 따뜻한 가화에서 본 꽃들은 이제껏 본 꽃들 중에서도 유난히 곱고 건강한 아이들.
선생님이 수요일 새벽 꽃시장에서 데려온 싱싱하고 예쁜 아이들이 어찌나 마음을 설레게 하던지.
수요일에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첫날에는,
꽃들을 어떻게 손질해야 좋은 상태로 오래볼 수 있는건지, 어떤 순서로, 어떤 방향으로 조합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화병에 꽃을 꽂기전에 해야할 일들, 꽃을 건강한 상태로 좀 더 오래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되서
이제는 꽃을 사온날엔 배운걸 떠올리며 다듬어 준 다음 꽂아둔다.
꽃을 살짝 손에 쥔 후에 꽃대를 같은 방향으로 모아 돌돌 돌리며 만드는 핸드타이드.
스파이럴을 신경쓰느라 긴장하기도 했고, 선생님이 골라주신 꽃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예쁠지,
그리고 그린 소재를 어떻게 넣어야할지 고민하느라 생각보다는 어려웠던 첫 수업.
첫 날, 대파(?) 마냥 보이는 저 그린소재잎들 때문에 의기소침해졌다. ㅎㅎ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나만의 꽃을 만들고 나면 예쁘게 사진찍느라 바빴다.
내 손으로 처음 만들어본 핸드타이드라고 가게 여기저기에 놓아보며 예쁜 각도 찾느라 애썼다. ^^
경황이 없어서 크래프트지로 대출 돌돌말았는데 포장지에 신경 좀 쓸걸 그랬다.
집에 돌아와 다발을 해체한 후 복습도 해봤다.
예쁜 아이들, 더 예쁘게 모아두고 싶어서.
두번째 시간에는 생화리스.
벽에 걸어두어도 되고, 와인이나 초를 꽂아서 테이블을 장식할 수 있는 원형리스.
생활을 좀더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는 곁에 꽃을 두는 일.
직접 다듬고 만들어서 둘 수 있다면 더 풍성해진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붉은 수국과 장미를 베이스로 한 리스의 화려한 분위기가 예뻤다.
이 날도 꽃시장에서 갓 데려온 예쁜이들이 한 가득.
선생님이 시범으로 보여주신 리스 샘플과 나를 포함한 수강생 셋이 만든 리스를 모아놓고 찰칵.
아이구, 이쁜 내새끼, 포장해놓으니 더 예쁘네. 히히
집에 가져와 거실 벽에 걸어두니 싱그러운 꽃향기를 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세번째 수업에는 웨딩부케.
수업때 꽃을 아끼지않고 쓰시는 선생님 덕분에 꽃 실컷보고 실컷 만져보는데
웨딩부케에 넣을 꽃을 직접 골랐던 날.
네번의 수업 모두 좋았지만 부케 만드는 날이 가장 기분 좋았다.
좋아하는 보라, 인디핑크 색의 장미와 분홍 튤립을 골라 아담한 부케를 만들었다.
어릴 때 보다는 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분홍색을 좋아한다.
부케만들고 사진찍고 놀다가 자나장미가 너무 예뻐 한다발 사가지고 집에 왔다.
자나장미는 말라도 참 예뻐서
선물 포장 위에 한 송이 붙여도,
사무실 책상위에 작은병에 담아 두어도 예쁘다.
마지막 수업날에는 플라워 바스켓.
이날엔 마음에 드는 꽃들 실컷 골라서 바구니를 만들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보라 튤립이 참 이뻤는데 장미에만 눈길을 줬었네.
요즘은 보라+분홍 조합의 꽃다발이 참 좋다.
밝고 따뜻한 기운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곳.
바쁜 일들 마무리하고, 여유가 생기면 기초반 수업도 듣고 싶다.
이름은 잊었는데, 색감이 너무 이뻐서 또 한다발.
수업때마다 예쁜 꽃 많이써서 소품을 만들어도
예쁜 아이들 보면 또 욕심나서 데려오게 됐다.
꽃으로 시작했던 올해, 꽃같은 예쁜 일들이 내게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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