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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나를 쉽게 위로하지 않을 것

 

 

1.

 

김윤아, 꿈.

   

 

 

 

2.

 

 

아침에 거울을 보니 앞머리에 흰머리 하나가 삐죽이 올라와있다.

스트레스와 흰머리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진걸까.

고민 좀 했다하면 여지없이 늘어나는 흰머리.

 

추스려지지 않는 마음을 어떻게 할지 막막한데,

이 책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를 가방에 넣어가지고 카페로 갔다.

 

책을 읽고 공감하고, 위로를 받고.

거기에 용기와 실천이 더해져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사람은 좀 처럼 변하지 않는다지만 그게 나에겐 예외였으면.

 

 

제가 책에서 하고 싶었던 핵심적인 이야기는 사랑에 대해서는 자존심이고 뭐고 가능한 한 관대한 태도를 취하자는 거였어요.

 

더불어 일은 성실하게, 인관관계는 자기 마음에 정직하게, 세상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일과 꿈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한 4부에서 이 제목을 읽고,

지금껏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문제에 정곡을 찔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쉽게 위로하지 않을 것>

 

젊을 때 성실하게 애쓰고 노력하는 것은 기초 체력 쌓기 훈련 같은 거라서 몸과 정신에 각인시킬 수 있을 때 해놓지 않으면 훗날 진짜로 노력해야할 때 노력하지 못하거나 아예 노력하는 방법 자체를 모를 수 있다. 잘될지 잘되지않을지 모르지만 젊은 시절 최선을 다해 노력했거나 몰두한 경험 없이 성장해버리면 '헐렁한' 어른이 되고, 만약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이건 나의 최선이 아니었으니까'라며 마치 어딘가에 자신의 최선이 있다고 착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도망갈 여지를 준다.

 

 

......

나른하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항간에서는 예찬하지만, 그것이 가치 있으려면 어디까지나 자기 규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겸손한 주제 파악이 인간의 미덕일 순 있지만 삶을 팽팽하게 지탱시켜주진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내가 나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실패에 대처하는 방식>

 

인생에는 시범 게임이란 없다. 본 게임에서 실패했다면 실력이든 노력이든 재능이든 부족한 부분을 키워야지 과정과 경험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논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실패를 직시하고 어설픈 위로나 정신 승리를 하지 않는 단단한 사람들이 좋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은 그 이전에 단 한 번이라도 '이겨본' 경험이 있기에 저런 말을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할 수 있구나 싶다. 이겨봤다고 해서 실패를 단순히 질책하거나 매도하는 게 아니라 지는 것과 이기는 것 사이에는 진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존재함을 외면하거나 축소하진 말자는 마음인 것이다.

 

미국의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도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실망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 그것이 장차 힘이 되어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기왕이면, 가급적이면 실패까지 가지 않도록 잘해야겠지요."

 

"괜찮아."

"다들 겪어가는 과정이야."

"이러면서 배우는 거지."

 

누군가는 다정한 위로를 건네지만 그것이 자기연민을 허락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코난 오브라이언이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대학교 졸업생들이 미처 안도하기 전에 '그래도 가급적이면 실패까지 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고 못 박는 조언이 와 닿았다. 일등이나 최고가 되거나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포기하지 않을 거면 내가 나아지는 것, 그리고 나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라고 대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사실 속으로는 하나도 괜찮지 않은 것이다.

 

 

 

 

성공, 성취의 경험이 중요한데 실패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나.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고 싫다면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면 될텐데,

앉아서 한탄만 하고 있는 나.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 내가 나를 벗어나야 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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