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집에서 한가롭게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지내는게 큰 즐거움인데
극한의 고온다습이 무서운 요즘에는 집에 가만히만 있어도 더워서
시원함을 찾아 여기저기 부지런히 다닌 요즘
2016년 여름은 유난한 무더위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아무도 모른다' 를 보고 마음이 몹시 힘들었다.
영화는 영화일뿐인데 나는 지나치게 대상에 나를 이입하는 것이 문제.
네 남매의 슬픈 이야기가 묵직하게 한켠에 자리잡아 며칠은 마음을 앓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 이후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찾지 않았는데
뉴스룸에 감독님이 나온 짤을 보고
그가 만든 영화에 관심이 갔다.
일요일 한 낮에 본 두 편의 영화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료타에게 상처를 입은 케이타가 도망치듯 집을 나설 때,
료타가 뒤늦게 깨달은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며 케이타의 뒤를 따르는 장면에 가슴이 찌잉.했다.
두 손을 꼬옥 쥐고 상처받은 마음을 온 몸으로 내보이듯 걷고 또 걷는 케이타가 안쓰럽고.
사람이 가진 여러가지 감정 중에 따뜻함, 서로가 그 따뜻함을 나누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선선한 바람 불때에 다시 찾아 보고 싶은 영화.
이번에 보지 못한 영화들도 챙겨봐야지.
베트남 여행 다녀온 친구가 보내준 간식들.
여행 다녀올 때 마다 선물을 챙겨 보내주는 언니.
꼬불꼬불 귀여운 글씨가 적힌 엽서가 제일 좋고.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져 고맙고 행복하다.
학교 앞, 좋아하는 카페에 오랜만에 들른 금요일 저녁.
친구는 레몬 샹그릴라, 나는 사쿠람보.
다 맛있어서 줄어드는 것이 아까워라.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가 이직하게 되어 많이 섭섭했다.
아무래도 이별은 익숙해 지지 않는다.
그녀가 두고 간 선물, 프리지아향 캔들.
아이고 예뻐라, 찰칵.
거리가 좀 멀어졌지만 좋은 사이로 오래 보고 싶은 사람.
일이 팍팍해도 힘이 나는 건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
매일보는 사이인데도 나눌 이야기가 참 많다.
동료샘의 생일을 축하하는 점심 시간.
먹고 싶은거 하나씩 골라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쌀국수가 먹고 싶었던 어느 날.
약속 장소에 먼저와 기다리던 친구가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맛있게 밥 먹고 예정에 없던 영화 한 편 감상.
영화관에 가는 걸 싫어하는 애가 먼저 영화를 보자고 하다니 조금 놀랐다. ㅎㅎ
밥 먹고 있는데 밖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걱정했는데
영화 보고 나오니까 말끔하게 그쳐있다.
좋은 사진에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가 찍어준 사진에 담긴 내 모습이 다른 때 보다 더 예뻐보이는 것 처럼.
추억들은 마음에도 남아있지만 사진으로 볼 때 더욱 선명하다.
예쁜 것들을 내 안에 가득 담고 싶은 요즘
퇴근 길에 구내서점에 들러 품에 안고 온 사진집 두 권.
신혜림 작가의 <핑크 블라썸 아일랜드>와 <북쪽으로 가는 길>
한 장 한 장 깃든 반짝임이 기분 좋게 만든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가 유난히도 긴 이 여름에도
좋은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어 행복하다.
그래, 행복이 별거 있나,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이지 뭐.
여름도 절정이니,
내려올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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