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같이 갈 사람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두 장 예매한
손숙 배우님의 1인극 <그 여자>.
하고 싶던 공부를 위해 대만으로 떠났던 친구가
대학원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가지고 방학을 맞아 돌아왔다.
내 친구 홍박과 보낸 즐거운 금요일 저녁.
홍박과 함께보는 공연은 유독 즐겁다.
주어진 시간을 듬뿍 즐거워할 수 있다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퇴근하고 연극 시작까지 시간이 조금 촉박해 공연장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핫도그 세트를 얌냠냠 맛있게 먹으며
알찬 수다 타임도 가졌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성실하게 준비한 친구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 덩달아 나도 기쁘다.
그 길이 쉽지 않을 것을 알겠지만
너라면 잘 해낼 것을 믿어.
대만이 그렇게 좋다던데,
여행 겸 친구보러 꼭 가보고 싶다.
공부하러 일하러 멀리 떠난 친구들이 있는데, 얼굴보러 꼭 가보고 싶은데!
2.
시몬 드 보부아르의 글을 원작으로 한 <그 여자>는 배우 손숙이 한 시간여 동안 혼자 무대를 이끈다.
1인극임에도 불구하고 무대가 꽉 찬다는 느낌.
보통의 사람들은 은퇴를 하고 쉴 나이에도 여전히 반짝이는 배우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고 박완서 작가님이나 손숙 배우님같이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으로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3.
그런데 '나 자신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으로 당당하고 단단해지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걸까?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막연하게만 느껴져서 잘 몰랐는데
요즘엔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좋은 직업을 가지면?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으면?
남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살면?
그러면 행복해지는 것일까.
내가 어떨때에 행복한가를 생각해봤다.
나는 혼자서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지만
혼자지낼 때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에 더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내 스스로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사랑받고 사랑을 줄 수 있게 되기를.
사랑으로 벅차오르는 시간에, 그리고 사랑이 쉽지 않은 때에
맘놓고 많이 기뻐하고 많이 아파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4.
사무실 옆자리 짝꿍에게 미리 받은 생일 선물.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콕 찝어 받았다.
먼저 읽은 <안으로 멀리뛰기>
이병률. 이라는 이름이 붙은 글은 진부해지지도 않고 매번 좋다.
이런 비유가 있잖아요. 저 사람은 개 과다, 저 사람은 고양이 과다, 하는 비유요. 개는 사람한테 자기를 다 보여준대요. 그러다 사람이 모른 척하거나 딴전을 피우면 가서 모든 걸 동원해서 애정을 받으려고 하는 거죠. 반면 고양이는 '음, 너란 사람은 이렇구나. 그래, 나는 너 없이도 잘 살 수 있어'라고 연기하다가, 그 와중에 자기 세계에 몰입해서 흠뻑 잠을 자기도 하고,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서 '넌 날 사랑할 수밖에 없지'라는 식으로 여기고, 다시 가서 혼자 졸고, 그러다 '그래도 네가 나한테 밥을 주는데 이것 좀 줘볼까?'하면서 약간의 애정을 보이는 식인 거죠. 저는 어느 쪽일 것 같아요?
저는 개입니다... 완전히 망가질 대로 망가지는 사랑, 추한 걸 다 드러내 보이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을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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