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지의 작은 책방에서 책 몇권을 샀다.
혼자 떠난 여행의 적적함을 덜어준 친구.
책을 읽으면 종종 이런 기분을 느낀다.
(좋은 노래를 듣고 있을때도.)
내가 찾아 헤매던,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래, 네 마음 잘 알아. 나도 그랬었어.
이렇게 토닥여 주는 것 같아서.
이번 여행에서 좋은 친구가 되어준 <계절에서 기다릴게>
-
그리워하는 일은
우리를 더욱 짙게 만든다
무심코 너의 말투를 따라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우리의 거리가 생각보다 그리 멀지는 않구나, 하고 느꼈다.
오늘은 늘 둘이 함께 듣고 부르던 노래를
이따금씩 혼자서 들으며 걷는 일도
생각보다 그리 외롭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것 또한 알았다.
그리워하는 일은
우리를 더욱 짙게 만든다.
-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내가 고칠게!
내가 전부 잘못했어.
다신 그런 일 없을 거야.
흔히 사랑 앞에서 나약해진 우리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뱉는 말들 있잖아. 그렇지만 그 모든 잘못이 다 너의 탓은 아니잖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 상대가 못마땅해 하는 것들은 오랜 기간 너를 이루고 있던 것들이잖아. 알고 보면 그게 너란 사람이야. 따지고 보면 그건 잘못된 것도 아니야. 그저 서로 잘 맞지 않을 뿐이겠지. 그건 '고친다'기보다는 바꾼다는 의미야. 이전의 너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뜻이지. 저 말들 있잖아, 지킬 자신은 있는 거야?
너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꾸면서까지 그 사람을 철저히 사랑할 자신이 있냐고 묻는 거야 지금.
당신은 왜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주지 않느냐고.
나를 위해서 왜 달라지지 않느냐고.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당신의 그런 모습들이 싫다고.
그런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도
상대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달라지기를 바랄 때에
이게 바로 나이고,
당신이 원하는 내가 아닌 나로 바꿀 수도 없고, 달라진 척 할수도 없다고.
왜...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사랑하지도 않고,
서로를 위해 변할 결심도 하지 못하면서
우리는 그토록 지지부진하고 힘들게 서로의 옆에 있으려고 했을까.
'계절에서 기다릴게'가 들려준 저 이야기가
내 마음을 곰곰이 들여다보게 해줬다.
2.
한수희 작가님이 잡지 Around에 쓴 글들을 읽고 팬이 되었다.
언니, 라고 부르고 싶은 그녀.
<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를 몇번씩 펼쳐보며 위로를 많이 받았는데
생일 선물로 그녀의 신간 <온전히 나답게>를 선물받았다.
여행지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요즘에 천천히 읽어나가고 있다.
한번에 읽어버리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곱씹고 싶은 이야기들.
나는 왜 혼자여행을 할까.
일상이 지겨워 질때, 떠날 결심을 하고
여행지를 정하고 코스를 짜고, 숙소를 정하는 일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신이난다.
그러나다 여행날이 가까워져오고,
떠나기 전 날 짐을 싸면서는 이 무거운 짐을 싸들고 혼자 다닐 생각을 하면 심난해진다.
여행에서는 즐겁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징글징글하게 버겁고 내가 나에게 침잠해 들어가 너무나 우울해지기도 한다.
다시는 혼자서 여행하지 말아야지 하며,
돌아온 집의 안락함에 안심하다가도
어느새 나는 또 혼자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그렇게 떠난 5박 6일의 제주 여행에서 <온전히 나답게>를 읽으면서
정말 신기하기도 하지.
어쩌면 이렇게도 내게 필요한 글이 '짠'하고 나타나 고개를 끄덕이게 할까.
하지만 여행을 간다고 해서 아주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녀왔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나는 낯가림이 심한 만큼이나 낯선 곳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낯선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나면 울적한 기분마저 든다. 뭐 하러 그 돈을 들여 여기까지 온 걸까? 여행 기간이 일주일을 넘어가면 집에 돌아가 날만 솝꼽아 기다린다. 그런데 왜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걸까?
...
어쩌면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어느 순간 그런 환상이나 허위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민낯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
얼마 후 기차가 도착했다. 나는 기차에 올라탔다. 내가 남겨두고 온 것들 향해 다시 떠났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비행기에 올랐고, 담담하게 내가 떠나온 것드을 다시 맞아들였다. 그리고 다시 특별할 것도 없이 평범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마음을 추슬렀다. 내가 나인 것을 받아들였다.
바로 그런 것을 위해서 나는 떠났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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