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의 바다
어느날 동료샘이 자연스러운 음색이 좋다며 백예린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기억하고 있다가 퇴근하고 운동가는 길에 듣기 시작했는데 요 며칠 반복 재생.
그 중에서도 <그의 바다>와 <우주를 건너>가 좋다.
가사를 유독 곱씹게 되는 노래.
난 내 맘 비우는 걸 잘 못해
말처럼 쉽지 않은데
왜 자꾸 넌 내게 못하는 걸 하란 건지
내 맘속엔 쌓이고 쌓인 게 많아
풀리지도 않고 늘 답답만 해
내 맘이 내 마음이 아냐
말처럼 쉽진 않잖아
우린 끝없이 새로운 일들을 겪어서
자라나고 있잖아
나도 그럴 뿐야
익숙지 않아서 좀 서툴 뿐야
나를 바다라 불러 주는 너
그 속에 언제 파도가 일어날진 알 수 없고
나도 모르게 니가 바람이 될 수도 있어
넌 그냥 있는 그대로 날 바라보면 돼
너와 늘 같을 순 없잖아
말처럼 되진 않잖아
우린 끝없이 새로운 일들을 겪고서
나아지고 있잖아
그냥 그럴 뿐야
익숙지 않아서 어려울 뿐야
날 바라봐주고 그대로 날 느껴줘
2. 500일의 썸머
목요일 저녁에는 500일의 썸머를 봤다.
이번에 극장에서 다시 보면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몰랐던 것들을 많이 느꼈다.
톰의 시선에서 봤던 관계를 썸머의 입장에서도 바라보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에서 더 용기를 낸 것이 썸머여서,
그래서 시작과 끝이 그녀의 손안에 있었다면
톰은 주춤대며 상처받고 싶지 않아 겁을 내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달까.
사랑이 없다고 믿었던 썸머는 사랑을 찾게 되고,
사랑이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톰은 그런 감정이 다 쓰레기였다고 말하는
후반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냥,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다가 알았어.
자기랑 있을 때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걸.
식당에 앉아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내게 와서는 책에 대해서 물어봤어.
그리고 지금은 그 사람이 내 남편이고.
내가 영화를 보러 갔다면?
다른 식당에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10분만 늦게 식당에 갔다면?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던거야
단지 내가 너의 반쪽이 아니었던거야
썸머 말대로 정말 내 사람을 찾게 된다면
내 마음과 맞지 않았던 사람과 함께 하려고 억지스럽게, 무던히 애썼지만 상처만 남았던 그 시간들을
웃으면서 추억하게 될까.
힘든 연애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내게 해준 말일 수도 있을
톰의 어린 동생이 톰에게 해준 말을 마음 속에 되뇌여 보았다.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는 건 알겠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점만 기억하고 있는거야.
다음번에 다시 생각해보면 오빠도 알게 될거야.
처음엔 이 말을 해주는 사람이 내게 차가운 말을 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좀 물러나서,
그러니까 나와 상대를 제3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그리고 시간이 좀 흘러서 이 관계를 되돌아본다면
그냥 맞는 말이다.
그 사람이 내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나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인정하고 나면 잘못된 관계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500일의 썸머에 대한 의미있는 해설.
이 영화는 톰이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여름을 보낸 이야기라는 것.
지금 나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그러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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