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말하면 결단력이 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냥 성격이 급한 것.
1. 잘한 일
새해가 되서 다이어리를 사면 하고 싶고 해야할 일들 리스트를 적어둔다.
그 중에서 올해 해치우기로 한 것 중 하나는 치과 치료.
왜 이렇게 충치가 많지?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일까. 양치는 나름대로 한다고 열심히 하는데. 힝...
중학생 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충치치료로 했던 아말감이 너무 오래되어 신경쓰였는데
올 여름에 레진으로 교체하는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충치 부위가 넓은데다, 치료받기로 한 병원이 레진 비용이 다른 곳보다 비싸기도 하고
크라운이 필요한 이도 있고 해서 견적이 삼백만원 정도.
이럴수가... 아픈 것만큼이나 , 아니 그보다 더 부담되는 비용이다.
그동안 너무 방치했구나. ㅠ.ㅠ
5월에 보고서 끝나고 시작한 치과 치료는 7월 중순쯤 되면 끝이 난다.
크라운이 하나 남았는데 마지막 단계에는 마취를 안하고 치료를 하니까 정말 참을 수 없이 아프다.
엄살이 아니라 눈물이 주르륵 흐를 정도.
그걸 또 해야한다고 하니 왠만한 주사맞기에도 담담한 나인데 너무 겁이 난다.
남은 치료는 레진 하나와 크라운 하나.
이제 입을 '아'하고 크게 벌리면 하얗게 깨끗한 이만 보이니까 좋다.
마지막까지 힘내자.
그리고 마음만 먹고 오래 미뤄둔 일중에 다른 하나는 안쓰는 짐 버리기.
구청에 폐기물 신고를 한다고 해도 가져가게 하려면 1층에는 가구들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엘리베이터 없는 오층 집이라 정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침 월차인 날에 전주에 올 일이 있다는 가정폐기물 처리해주는 업체를 알아봤고
당일날 비가 많이 와서 못오시겠다고 한 사장님은 비가 잠잠해졌으니 와주겠다고 하셔서
내 마음은 실망과 기쁨을 왔다갔다.
마음의 짐이자 우리집을 더 좁게 만드는 짐들을 다 치워버리고 나니 속이 정말 후련.
나도 이제는 미니멀리즘, 심플하게 살기를 실천해야지.
쇼핑을 할 때는 예쁘다고 다 사려고 하지말고 이게 정말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를 생각하고
두 번 보지 않을 책이라면 선물하거나 중고로 팔기.
안쓰는 물건은 미련없이 내다 버리기.
치과 치료와 짐짝 내다버리기는 모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서
나의 재정상태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지만
어쨌든 해치우고 나니 기분이 정말 좋구나.
시원하다 에헴!
2. 잘못한 일
요즘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 '이 구역의 미친년'이 아닐까.
나는 그래도 많이 참는다고 생각했던 석사과정과 조교 시절, 지도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
'사람이 어떻게 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겠니. 때로는 참을 수도 있어야지'가 있었는데
난 정말 마음에 품게 되어버린 생각을 기어이 참지 못하고 표출해버리고 마는 망할 습관이 있다.
스스로는 상처받는 것에 징그럽게 예민하게 굴면서도
타인에게는 독한 말들을 쏟아내버리고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발견해버리면 다른 좋은 점은 보려하지도 않고 '원래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을 새겨
선을 긋고 벽을 쳐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옛날에 남자친구가 앵그리버드 인형과 새총세트를 선물해 준적이 있는데
귀여운 선물이면서도
늘 화나있는 앵그리버드가 나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친구를 떠올리면 나를 보고 방실방실 웃는 모습이 생각났는데 나는 그친구에게 화를 잘 내는 여자친구였던 것이다.
며칠전 점심식사 겸 회의가 있어 이동 중일때 우연히 나온 농활이야기에
팀장님이 내게 "농활가서 화 많이 냈을 것 같은데"라고 하셨다.
나는 이제 '화를 잘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화를 잘 내고 싫어하는 것이 많은 사람.
내가 이런 사람이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국 나를 떠나버렸나'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바라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그런 사람이 내가 될 수 있을까.
반성만하고 나아지는게 없다면 삼순이 대사처럼 차라리 내 마음이 돌처럼 딱딱해지면 좋겠다.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요즘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