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때 아빠, 엄마와 갔던 이후로 정말 정말 오랜만에 마이산에 갔다.
새벽에 내린 비에 걱정했는데 출발할 때 쯤 비가 그쳐 가을 마이산을 만끽한 날.
좋은 날에 아무걱정없이 산책하며 즐거운 가을 나들이.
벚꽃 피는 봄에 그렇게 예쁘다던데 꼭 와볼 수 있기를.
2.
욕심만 많아서 다 읽지도 못하는 책들이 쌓여있는 내 방.
어떤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며 주말만 기다리는 월요일에서 금요일.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읽으며 사무실 짝꿍이 준 빼빼로를 얌냠.
매 순간 흔들리는 내 마음도 시간이 지나 더 나이를 먹게되면 단단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성숙해질 수 있을까.
3.
스물한 살, 스무살에 만나 서른이 훌쩍넘어서도 여전히 서로를 다정하게 여기고 생각하는 후배와 만난 금요일 저녁.
좋아하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후배와 함께해서 행복한 시간.
조금 늦은 생일 선물을 건네주고, 고운 색깔의 네일을 선물 받았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어른이 되어도 여전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에 대해서
우리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대로 두자는 이야기를 했다.
"언니, 내년에 이루고 싶은게 뭐예요?" 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나는 고민끝에 한가지는 지키고 싶다고 했다.
새 다이어리에도 써둔 것.
내가 나에게 못되게 굴지 말자.
힘들어서 어쩔줄 몰라했던 것들.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왜 이렇게 되버린걸까. 생각한 끝에
이 결과가 모두 내 선택에 따른 것들임을 알았다.
누가 나를 밧줄로 꽁꽁 묶어 억지로 그 상황에 내몬것도 아니고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니고
결국은 내 스스로 선택해서 내가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혔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한테 잘 해주는 것.
그것이 앞으로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것.
스스로 꼭 지키고 싶은 것.
무조건 저지르고 보려 했던 치기어렸던 나를 다독이고 참고 견뎌보는 것.
4.
토요일 저녁,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더니 답답해서 동네 카페에라도 갈까 하다가
가방을 챙겨서 영화관에 갔다.
웹진 아이즈에서 매주 개봉하는 영화에 세 편을 골라 짧은 소개를 하는데
담담한 이 짧은 평을 보고 연애담이 어떤 영화일지 궁금해졌다.
극적으로 치닫는 사건이라곤 없지만 연애의 설렘, 불안,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긴 여운을 남기는 특별하고도 보편적인 연애담.
-아이즈, 최지은-
나는 특별한 이야기보다 보편적인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
보편적인 이야기 속에서 찾아지는 특별함에 마음이 간다.
영화를 본 다음날 영화를 본 여운을 이어가려고 유튜브에서 변영주 감독님이 진행한 GV영상도 찾아봤다.
지금 이 때에, 지금의 내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연애는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지수와 윤주 중에 나는 윤주에 가까운 사람일까?
지수라서 덜 힘들고 윤주라서 더 손해보는건 아닐거라는 생각도 들고.
결론은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서 둥글둥글해지고 편안해지고 평화로워 지면 좋겠다.
눈치보지 않고 사랑을 듬뿍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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