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듣는 노래 두 곡.
브로콜리 너마저의 '두 계절'과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잊지 못할 사랑을 하고 또 잊지 못할 이별을 하고
쉽지 않은 마음을 알지만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 인가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담아둬서 무엇할까요
잊어야 할 일은 잊고서 새로운 시간으로 떠날까요
착하고 귀엽고 재미있는 영화 <걷기왕>을 봤다.
노력해도 안되는건 미련두지 않고 놓아버려도 괜찮다고 명랑하게 토닥여주는 영화.
영화관에서 나와 서점에서 봉현 작가님의 <오늘 내가 마음에 든다>를 사가지고
빌리어코스티 공연장으로.
감기 기운이 있어 따뜻한 자몽차를 마시면서 공연 시간을 기다렸다.
봉현 작가님의 책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여백이>에 이어 읽은
세번째 책 <오늘 내가 마음에 든다>도 참 좋다.
어른의 속마음이란 처절하다. 일의 어려움, 결핍의 고통, 사람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혼자일 때의 고립감.
그 모든 것들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지독해진다.
그러다 어느 때인가는 세상의 불공평함 앞에 분노를 넘어 무력감이,
책임져야 할 인생의 무게 앞에 막막함을 넘어 공허함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처절함이 절박해지는 까닭에, 더더욱 사소한 순간 속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따뜻한 차 한 잔, 아늑한 공간과 좋은 음악, 겨울이 끝나는 듯한 봄바람, 우연히 다가오는 설렘,
연인의 목선 위로 흐르는 달콤한 내음. 그런 것들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그로 인해 살아갈 힘을 낸다.
1년만에 다시 본 빌리어코스티의 노래는 참 좋고
여전히 해맑은 모습.
열정과 순수함을 함께 가진 사람이 좋다.
국화축제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정말 다녀왔다.
축제 첫날, 금요일에 휴가 내고 다녀왔는데 하필 비가 부슬부슬. 날도 흐리고...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온통 국화로 둘러 쌓인 곳에서 예쁜 국화 실컷 보고왔다.
국화축제에서 파는 많은 국화 중에 딱 네단만 골라왔다.
한단만 해도 어찌나 많이 주시는지 네단을 품에 안고 있으니 묵직.
집에 돌아와 사온 꽃을 늘어놓고 가지고 있는 꽃병 다 꺼내와 꽃꽂이 시간.
2주가 지난 지금도 국화들이 싱싱하게 잘 지내주고 있다.
아, 예쁜이들.
이성복 시론집 - 극지의 시, 무한화서, 불화하는 말들
한 번 읽고 다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곱씹고 곱씹으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국화 구경 실컷하고서 레지던시 작가전도 보고.
많이 많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날.
<이방인의 노래>
예전에 심야 라디오 이자람의 뮤직스트리트를 좋아했다.
새벽 라디오라 매일 듣지는 못했지만 침대 머리맡에 라디오를 두고 즐겨들었던 그 때에
이자람 언니의 목소리도 좋고 그녀의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글도 좋아했다.
이자람의 판소리가 궁금했는데 마침 전주에서 공연이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
85분 공연시간 내내 무대 위에 선 그녀의 매력이 어찌나 빛나던지.
정말 멋있는 사람.
종이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북캐스트 같은데서 누가 읽어주는 책이
쏙쏙 들어올때가 있는데 소리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매력이 있는건지 이제야 알았다.
토깽이가 예쁘다고 얘기해준 걸 기억하고 있다가 찾아간 <호텔 아프리카>
좋아하는 친구랑 예쁜 곳에서 맛있는 거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한 요즘.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단호박치즈케이크와 당근케이크를 내가 다 먹어버렸다. 음하하하
커피도 케이크도 맛있고 사장님도 친절한 곳.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를 읽고 환기미술관에 꼭 한 번 가고 싶었는데
언니랑 가을 산책하고 싶어서 11월의 첫 토요일에 들렀다.
나도 김환기, 김향안 부부처럼 서로를 사랑하고 믿고 이끌어줄 수 있는 그런 짝을 꼭꼭 만나고 싶다.
그런 인연을 만나게 해줄 부적이 될 것 같아
파리 시내를 걷는 두 사람의 흑백 사진을 언니랑 나랑 한 장씩.
미술관에 나와서 부암동 맛집 '데미타스'에 들러 저녁밥을 먹었다.
데미타스에 가보고 싶긴 했는데 테이블도 몇 개 없고 재료 소진이 빨리된다고 해서
혹시 밥을 못먹으려나 했는데 다행이 여유있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챱 스테이크랑 매운 새우 파스타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편의점에 누가크래커가 출시된다고 해서 전날에 편의점 세곳을 다녔는데도
못 구한 거를 언니를 만나서 처음 들른 곳에서 딱 찾아내고
언니랑 간 곳 모두 다 좋아서
언니랑 나랑은 궁합이 맞는다고 얘기하며 깔깔 웃었다.
날이 쌀쌀해지니까 화분을 들여놓을 선반을 어떤 것으로 해야하나
고민고민 끝에 주문하고
전동드라이버도 빌려와서 혼자서 뚝딱뚝딱 조립을 마쳤다.
혼자 선반 조립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는데 잘 해냈다.
잘 했어 나야, 쓰담쓰담.
일요일 아침부터 점심이 되도록 집안일로 시간을 다 보내고
햇빛이 좋은 낮에 오롯이 내 시간.
마음이 쓸쓸해서 다시 <여백이>를 꺼내 읽었다.
나의 사랑은 나만이 알고 당신의 사랑은 당신만이 알 것이다.
아마 나는 여백이도 단 하나의 타인도 영영 온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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