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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어느새 유월, 이제 정말 여름

 

 

 

 

 

개봉날 저녁, 아가씨를 봤다.

(몰랐는데 집에와서 보니 영화입장권에 스마일이 귀엽게 그려져 있네.)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에서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친절한 금자씨나 스토커를 아주 좋아했는데

이 영화는 숙희와 떠나기 전까지

히데코와 이모의 삶이 너무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지옥같은 삶을 제 스스로 탈출하여 두 여자는 행복해졌을 것이라 믿지만

그늘지고 어두운 저택에서 회복하기 어려울 영혼의 상처를 받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느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곡성을 보지 않았지만 들리는 소문으로 짐작하여,

이 아가씨도 그러하고

 

감독의 상상이 스크린에 재현되고 그것을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관객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때,

 

영화라는 매체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놀라웠다.

 

단지 영화일뿐이라고 해도 이런 경험들이 심지어 고통에 가깝기까지 하다면

영화 보는 것을 즐거운 취미라고만 하기 어렵겠다.

 

그나저나 아가씨를 보고 나니까 스토커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 영화에서 인디아가 얼마나 멋지게 집을 떠났었나.

최고의 성장영화.

 

 

 

 

 

 

 

 

 

 

 

 

 

 

충북 제천에 다녀왔다.

 

찾아보니까 버스나 기차로 전주에서 제천을 한 번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던데

어쩌다 기회가 생겨 기차타고 그곳에 다녀왔다.

 

잠깐이지만 그곳의 느낌이 좋아서

여름에 열리는 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떨까 음악영화제는.

 

 

엄청 쨍한 오렌지색 단체복을 입고 기차 앞에서 짝꿍이 찍어준 나.

 

 

 

 

 

 

 

 

 

 

 

 

 

 

 

 

 

 

 

사흘간의 연휴 동안 정말 잘 쉬었다.

나 아닌 다른 것에 소비하지 않고 오롯이 나의 시간들로만 채운 연휴.

이런 시간이 처음이 아님에도 이렇게 내 시간을 내가 다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생각한다.

나는 외롭다고 징징거리지만 정말은 외로움을 떠나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징글징글한 타인들과 떨어져서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가.

 

 

어쨌거나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둘러쌓인 내 공간에서는

멍하니 있을 때에도 눈에 들어와 저 책은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한 두권이 아님에도

읽고 싶은 신간은 계속 나오고.

 

김금희 작가님의 <너무 한낮의 연애>.

 

민트색의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손에 쥔 이 책이 참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는데

오늘이 다 가기 전에 한번 더 읽어야 겠다.

 

 

 

  나는 일상을 가만히 견디다가도 어느 순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주변의 누군가에게 -낯선 당신에게라도-가서 막무가내로 묻고 싶을 때가 잦은데, 그건 그러니까 왜 이렇게 됐습니까, 하는 질문이다. 괜찮습니까, 하는 질문. 왜 이렇게 됐습니까, 괜찮습니까.

  그렇게 물을 때 나는 사람들 곁에,

차가운 창의 흐릿한 입김처럼 서 있겠다. 누군가의 구만육천원처럼 서 있겠다. 문산의 느티나무처럼 서 있고, 잃어버린 다정한 개처럼 서 있겠다.

 

-'작가의 말'에서-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는 너무나 멋진 사랑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랑하는 이의 세계를 빛나게 해주려고 애쓴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더워지기 전에 김환기 미술관에가보려고 했는데.

꼭 가보고 싶다.

 

 

 

 

 

 

 

 

 

 

사흘 동안 질리지도 않고 먹은 김밥.

나는 내가 싼 김밥이 왜이렇게 맛있을까.

그리고 친구네 카페에서 로스팅한 커피도 매일매일 참 맛있게 내려 마셨다.

 

 

 

 

 

 

 

 

 

 

 

 

오늘 비온다고 흐리더니 비는 안오고 서늘한 바람이 분다.

 

베란다에 내놓은 이쁜이들 잎에 먼지가 앉았길래 닦아주고.

 

수국은 어찌나 물을 좋아하는지 물을 줄때면 주욱.빨아들이는 소리가 나 목말랐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다.

쨍한 색깔도 예뻤지만 바랜듯한 지금의 색도 좋다.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줄건가요. 라는 노래도 있는데 예쁜 꽃송이를 오래 보여주어 고맙다.

 

산호수 잎을 닦아주다가 아주 조그맣게 피어난 꽃을 보고 놀랐다.

아유, 언제 이렇게 또 꽃을 피워냈니.

 

 

5월 부터 더웠지만 이제 6월이니 본격적인 여름 시작이다.

긴 여름이 될텐데 이 여름도 잘 지내보자.

 

안녕,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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