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벌써 여름같이 덥다.
해가 질 무렵부터는 걷기에 좋은 공기로 변해 좋은 노래 들으면서 계속 산책하고 싶은 계절.
작년 이 맘때 보고서 끝내고 보러갔던 커피소년 공연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다시 이 계절을 맞아 커피소년을 계속 듣고 있다.
정말 위로가 되는 노래들.
고맙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배려없는 어른들의 날카로운 말들에 너덜너덜 해진 마음을 추스르는게 쉽지 않았다.
반복되는 야근에 피곤해진 몸보다 더 감당하기 힘든것이 이런 어려운 마음.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한 이렇게 봄마다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야 할텐데
한 번 해봤다고 익숙해지기는 커녕 더 두렵다.
몸과 마음을 너무 힘들게했던 보고서는 어찌됐든 인쇄소로 넘어갔고
그렇게 바래왔던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 속에 있게 되었다.
월요병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일요일에 사무실에 나가는 것이라는
지상파 방송의 뉴스를 보고 어이없어 했는데
다들 황금연휴라는 이번 나흘간의 휴일 동안 이틀을 사무실에 나가있었더니
월요일이 새삼스럽지가 않다.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했던 그 방법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나보다.
바쁜 일만 끝나면 좋아하는 것들로 내 시간을 채워보자고 마음먹었던 계획들에
나흘 내내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빴다.
보고서 온라인 접수 후,
콜택시 타고서 공연 시작 5분전에 도착해 마음 진정하고 보느라 애먹었던 피아노 리사이틀
사람의 두 손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그래,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러 온 것, 참 잘한 일이야 하면서 스스로를 쓰담쓰담.
딱 세 편 골라서 본 영화제 상영작들은 모두 좋았다.
세 편 중에 제일 좋은 것을 꼽으라면 김종관 감독 연출에 한예리 배우가 주연한 <최악의 여자>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어떤 감정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서 공감하고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다.
가끔씩 내게 주는 선물로 손톱을 관리받으면 기분이 참 좋다.
예쁜 색이 얹어진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흐뭇.
영화 한 편 본 후, 좋아하는 카페에가서 베리스무디 한 잔하며 일기를 썼다.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나는 또 나를 이겨내지못하고 바보같은 일을 하고 말았다.
저녁 한 끼 배부르게 잘 먹고도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것은 빼놓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와플과 맛있는 커피두고서 친구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이제서야 내가 정말 쉬고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남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못할, 그러나 혼자 품고 있기에는 답답한 부끄러운 일들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있잖아, 나 너한테 혼날 일을 하고 말았어."
"왜그랬어. 하지말지.
이제는 정말 그러지말어, 정말 그만해야해. 마음 추스려."
그래, 나를 소중히 여기는 친구들이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게 맞는 것이겠지.
이제는 정말 그만하고 내 삶을 살아내자.
나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좀 괜찮아지면 좋겠다.
어쨌든 지금은 괜찮다.
내일도 괜찮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