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 냄비 같은 연애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별별 이야기를 다했다.
서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나 선명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그 사람이 먼저 깨달았고, 이제 나도 너무나 잘 알겠다.
전화로 내 마음을 길게 설명해봐도 그의 마음이 풀리지 않아
새벽에 상대방의 집에 찾아가 겨우 화해를 했다.
그렇게까지 한 것은 내 잘못이 크다는 생각 한 편으로
얼른 내 마음 편하게 하고픈 바람이 더 컸다.
그리고 과거의 연애가 떠올랐다.
눈 오는 겨울밤, 화가 난 나를 달래려고 남자친구가 집 앞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었다.
그 때의 나처럼 지금 이 사람도 이 추운 새벽에 나를 오래 기다리게 하면 어쩌나 이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못되게 굴었던 벌을 지금에서야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게 화해를 하고 이틀도 지나지 않아 또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겨우, 고작 두달을 만나면서 그만두자는 말을 서로 두 번씩 주고 받았다.
나보다 나이도 연애경험도 이별도 많이 한 그는 확실히 이별이 쉬운 사람이다.
이제 나도 그 냉정한 마음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그런데 나는 정말 그를 좋아한 것일까.
단지 외로움에 체해 그를 만나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분명히 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정말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또
그는 그렇게 조급하게 애정을 보채고 졸라댔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쩌면 이렇게나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이별을 하고 일년 쯤 지나
이제야 다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이렇게 내가 누구를 좋아해서 매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예뻐해주고 예쁨받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게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감정도 이제 그만하자.는 말 앞에서는 그저 무색할 뿐이다.
그만하자고 하니 미련스럽게 질질 끌지말고 그만둬야지.
그사람처럼 나도 금방 아무렇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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