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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일요일의 기록

 

올 겨울 들어서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에도 오늘은 외출해서

털실가게에 들려 이번 겨울 짬짬이 뜨개질했던 목도리 마무리도 부탁하고 

잭블랙님 나오는 영화도 보려고 했는데

 

창문을 열어 바깥을 내다보니 밤새 또 눈이 가득 쌓여있다.

 

아무래도 먼 거리는 포기하고,

가방에 잡지랑 책 한 권씩 넣어

집에서 오분거리에 있는 카페에 갔다.

 

눈이 잔뜩 온 일요일 오전 카페 이층은

나처럼 혼자온 사람 몇 명이 다였고

조용하고 따뜻해서 좋았다.

 

 

 

 

사람들로 북적이기 전까지 두 시간 정도

잡지를 읽고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라운드를 읽으면서

다음주 안녕하신가영 공연 보러갈 때

날씨 좋으면 환기미술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권나무의 인터뷰가 참 좋아서

노래를 찾아 듣게 됐다.

 

우연히 고양이를 기르게 되었어요. 얘가 죽어가고 있었거든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데리고 와서 살리고 봤어요. 그렇게 계속 같이 살고 있는데, 이 녀석과 있다 보니 제가 보이더라고요. 사람은 아닌 척하지만, 동물과 식물들은 솔직하거든요. 얘들을 대하는 저를 보면 제 인간성의 수치도 알 수 있죠. 냉소적으로 뭔가를 할 때, 이들이 거울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제게 그걸 느끼게 해주는 건 고양이, 화분 외에도 아이들이 있어요. 끝없이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장치들이 주변에 많은 거죠.

 

"음악이 있어서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더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있어서 음악을 잘할 수 있어요." 이런 얘기는 뻥이고요. 학교도 음악도 하면 하고 말면 마는 것인데, 한다면 같은 방향인 거죠. 둘 중 하나가 실패하면 다 실패할 거에요. 하지만 둘 중의 하나를 관둘 수는 있겠죠. 콩팥하나 떼듯이 도려내도 살 수 있어요. 평고 살듯이 살 수 있어요. 그래도 두 개가 만나면 나는 더 튼튼하게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가고 싶고요.

 

 

 

 

나오는 길에 사가지고 온 커피.

집에서 커피 마시는 날은 주말 이틀 뿐인데도 인스턴트 커피 마시기에는 아쉽다.

빈 병에 콩 채우고 핸드밀로 돌돌 갈아

한 잔 가득 내려마시고 있으니 행복.

 

 

 

 

 

자고 싶을 때, 책 읽고 싶을 때, 청소하고 싶을 때,

이 모든 것들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

이 힘으로 평일의 피로함과 고단함을 견뎌낼 수가 있는 것 같다.

 

주말은 또 찾아오니까 일요일이 가는 것이 아쉬워도 힘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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