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첫 날, 카페에서 산 '제주의 시간' 엽서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테이블 앞에 앉아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제주의 풍경과 그 위에 쓰인 짧은 글들을 읽으며 보냈던 시간이 좋았다.
이 엽서를 발견하기를 잘 했다.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좋은 때가 되면 쓰려고 아껴두고 있는 엽서 두 장.
정말 유명했던 떡볶이집 옆 털실가게.
맨날 떡볶이만 먹었지, 털실가게는 쇼윈도 구경만하고
그 안에 누워있는 인형같은 개만 보았을 뿐이다.
그 가게를 중학생 때부터 봤는데 서른이 훌쩍넘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이 때때로 신기하였다.
올 겨울에는 뜨개질을 해봐야지. 하고 결심을 하니 생각나는 곳.
가게 문을 열려고 다가가니 포메라니안 한 마리가 펄쩍 뛰어나와 나를 보고 짖는다.
너 반가워서 그러니? 했더니 사장님이 나와 좋아서 그런거니까 놀라지 말라고 하신다.
요즘은 개가 참 좋다.
사람만 보면 좋아서 뛰어다니고 꼬리를 흔들고 만져달라고 다가오는 강아지.
변함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생명체.
어쩌자고 그렇게 사람을 좋아해주니...
안쓰럽기도 하다.
강아지를 참 좋아하고 애교많은 강아지 같았던 전남자친구가 내게 남겨준 좋은 것이 있다면
강아지를 무서워했던 내가 이제는 막 쓰다듬어 주고 귀여워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고민 끝에 와인색 털실을 고르고 목도리 뜨는 법을 배웠다.
난 뜨개질에는 재주가 없는 것 같지만 차분히 알려주신 덕분에 몇 줄을 떠보았다.
한자리에서 30년동안 이 털실가게를 하셨다는 사장님은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고우신 분.
여름 끝자락, 가을 초입에 여수 비렁길 트래킹에 제주 여행에, 서울 나들이에 쉴 새 없이 돌아다녔더니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쌀쌀해진 날씨 덕분인지 잠이 많아지고.
이번 주말은 쉬엄쉬엄 뜨개질하며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