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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비 오는 일요일의 기록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바빴던 봄은,

어느새 먼 옛일처럼 느껴지고

여유있는 여름날을 보내고 있다.

 

생기없는 한 주를 힘겹게 버티고 맞은 주말.

 

정말 기다려왔던 안녕하신가영의 단독 공연을 보러가려고 하는데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

 

거센 비바람이 불어온다고 해도 많이많이 기다렸던 이 공연을 놓칠 수는 없었다.

이 공연을 보러가기 위해 한 달 전부터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휴대폰으로 예매를 하던 나.

 

시외버스를 타면 남부터미널에서 내리고,

그럼 예술의 전당이 가까우니까 공연보러가기전에

모딜리아니 전 감상.

 

 

 

 

뭔가 쑥쓰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전시회 보러왔으니 사진도 남기고.

 

 

당신의 영혼을 알게되면 눈동자를 그려넣을 것

 

모딜리아니 초상화의 특징은 인물의 눈에 눈동자가 없이 회색으로만 칠해진 그림이 많다는 것이다.

이유를 궁금해하다가 전시장 벽에 씌여진 작가의 말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었다.

 

서른 다섯의 나이에

그만이 가진 재능과 함께 사랑하는 부인과 딸을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난 모딜리아니.

 

작가의 초상화 중에 가장 많이 그려진 모델 아내 잔느.

그런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아내의 이름을 그대로 따라 붙인 딸을 두고

병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던 작가와

 

남편을 너무나 사랑해서 뱃속에 아홉달 된 둘째를 가지고도 아파트에서 뛰어내림으로써

죽음을 택한 아내.

 

전시를 본 하루는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계속 생각하게 됐던 날이었다.

 

 

 

 

 

지난 봄에는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내 맘 같던 가사, 알 것 같은 그 마음들이 온통 내 마음을 흔들고

또 위로해 주었던 날들.

 

백암아트홀을 꽉 채운 많은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지.

 

차분히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그녀처럼

나도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는 길에

앞 사람이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안왔을면 어쩔뻔 했느냐는 말에

맞아 맞아. 하며 공감 공감.

 

초반에 부른 '그릇'은 여러번 듣기는 했어도 특별한 노래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듣는 내내 눈물이 뚝뚝 흘러 손으로 계속 눈물을 훔쳐낼수밖에 없었다. 

왜 그랬을까.

이 노래가 왜 그렇게 내 마음을 툭 건드렸을까.

 

 

 

 

 

그릇

 

작은 마음에 너를 담을 땐
네가 들어올 곳이 없었고,
넓은 마음에 너를 담을 땐
채워도 채워지지가 않았지

가끔은 넘쳐 흐르고
가끔은 모자란 것이 사랑인데,
그때 우린 왜 몰랐을까
몰랐던 것도 사랑일까

그땐 어려서 서투른 맘이
사랑인 줄 알았었지
서투른 맘이 식을 줄 몰라
우린 조각나 버렸었지
이젠 모두 널,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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