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
주말에 하는 일들.
필 오프 팩 하는 것과 블로그에 포스팅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해야 주말을 마무리 했다는 기분이 든다.
(인스타에서 가져온 사진)
안녕하신가영의 새 EP <좋아하는 마음>이 나왔다.
발매 기념 쇼케이스 공연을 보고왔다.
누구나 다 하고 있는
일반적인 그것을
너에게 말할 때
특별하던 모든 것들이
익숙한 것들이
되어버리진 않을까
평범한 내가 너를
생각하는 이 마음이
특별해졌을 때
당연하던 모든 것들이
너에게로 가서는
하나의 의미가 돼
좋아해
좋아한다는 말보다
좋아하는 마음 먼저
생각한다는 말보다
네가 먼저 생각이 나
보고싶다는 말보다
우연히 너를 보여줘
그때 반갑단 말보다
좋아하는 마음
먼저 생각해줘
알 것 같은 마음과
알 수 없는 떨림이
나에게로 다가와
하나의 의미가 돼
좋아해
좋아한다고 또 말하면
꼭 가벼운 진심 같아
그래서 말을 또 아끼면
괜히 달아나버릴까
어렴풋한 마음들이
꼭 너를 닮아서
어리숙해진 우리가
둘이 되는 꿈을 꿔
좋아한다는 말보다
좋아하는 마음 먼저
처음 들을 때 부터 반해서 요즘 계속 반복해서 듣는 노래.
두 번째 본 안녕하신가영의 공연.
공연을 보고 느끼는 것은 참 예쁜 사람이라는 것.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라든가,
그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줄 때
보여지고 느껴지는 진심이 꾸밈없이 참 예쁘다.
말을 좀 투박하게 하는 편인 나로서는
저렇게 진솔하게 ,예쁘게 말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좋은 기운을 떠올리며
나도 예쁘게 말해야지, 노력해야지 속으로 생각했다.
마음에 담은 것들이 예쁜,
그래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예쁜 기운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예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노래에 담긴 마음과
노래를 듣고 떠오르는 내 마음을 생각하느라 두 시간은 금방 지나고.
공연보러가기 전에는 친구와 함께 연남동 산책을 했다.
언니가 미리 알아봐 둔 예쁜 레스토랑 CARTA 19에서
디 마레 오일 파스타랑 시그니처 피자를 맛있게 먹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여유있게 만나지 못한 동안에 모아두었던 이야기를
여유있게 주고받았던 시간을 가진 것.
오랜만에 만나는 좋은 친구와의 시간은 평소보다 빨리 흘러간다,
연남동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았다.
다음에
따뜻한 날에 다시 가서 더 오래, 천천히 산책하고 싶은 동네.
사진은 피노키오 책방에서 찍고,
옆 가게 헬로 인디북스에서 두 권의 책과 엽서를 샀다.
윤동주와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과 월간 엽서.
그리고 언니에게 받은 고마운 선물.
좋아하는 애슝 작가의 브리즈와 우동 여자.
브리즈, 이걸 정말 가지고 싶었는데 온라인에서는 구할 수 없고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곳에서 언니가 구해주었다.
3월에는 애슝작가님의 신간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
맥주 한 잔 하면서 읽은 우동여자도 좋았다.
산책 후 실론살롱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당근 케이크.
가게 앞 나무간판에 ㅅ ㄹ ㅅ ㄹ 이라고 쓰여있었는데 실론살롱이라고.
작고 아담한 공간. 아늑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지금껏 먹어 본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당근 케이크.
다시 먹고 싶은데.
요즘 내 손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건데, 남자 손 만큼 힘줄이 선명하다.
메뉴 나올 동안 카페 바로 옆 프리마켓에 잠시 다녀올 동안
언니가 찍어 준 내 에코백과 책들.
잘 보낸 주말.
아쉽지만 이렇게 또 마무리되고
일주일 후에는 남해에 있을 나를 떠올리며
새로 시작되는 한 주도 씩씩하게 잘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