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개비의 시간
다시 보지 않을 책들을 정리해서 카페하는 친구에게 몇 권을 주고, 중고책방에 팔고 나서 책장엔 정말 좋아하는 책들이 남겨져 있다. 이 책들만 다시 읽어도 당분간은 새 책을 손에 넣지 않아도 될텐데 새 책에 대한 욕심은 줄지를 않는다. 일터에서야 어쩔 수 없고, 그 외에 시간에는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지내니까 요즘엔 책을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나누는게 대화의 전부.
좋아하니까 더 가까이 하고 싶어 오랜만에 마음먹고 모 출판사 서포터즈도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떨어지고 나니 지원서를 너무 낯간지럽게 썼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예전엔 많이 바라고 좋아하는 것에 언젠가는 근처라도 가 있게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닌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는 안심을 하게 되었을 때 내 손안에서 스르륵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 삶인 것 같다.
다시 장마가 찾아오고, 비도 오고 습도도 높아지니까
문진영 작가의 담배 한 개비의 시간을 꺼내서 다시 읽어본다.
그토록 좋아하던 책이었는데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은 조금 무뎌졌고
잊고 있었던 문장들에 다시 반하게 되었다.
어떤 가수가 자신의 삶이 자신이 부르는 노래와 닮아간다는 말을 하는 걸 본적이 있는데
오늘은 문득 나 자신이 내가 좋아하는 책과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십대의 나날들에는 사람들이 번듯하다고 말하는 그 잣대에 미치치 않는 내 모습이
스스로 마음에 들기도 했는데 서른에 접어드니까 잘 모르겠다.
변두리에 머무는 사람.
변두리에 머무르기는 하지만 나다움을 잃지 않으며 살고 싶다.
나다움이 무엇인지도 가끔은 헷갈리지만.
담배 한 개비의 시간을 읽을 때 마다, 문진영 작가의 다른 책이 나왔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고는 하는데 이후로 아직 새 책을 내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빛나는 첫 장편소설을 낸 작가님이니 힘을 내어 다른 이야기도 출간한다면 참 좋을텐데.